PEOPLE

치유를 위한 신뢰의 조건

호산여성병원 나연식 원장

Editor 더포토매거진 최주연 Photographer 김경연

안녕하세요 원장님.

안녕하세요

원장님을 수식하는 ‘단일공 복강경수술’이 궁금합니다

단일공 복강경 수술은 배에 3~4개의 구멍을 뚫어 자궁질환을 제거하는 일반 복강경 수술과 달리 배꼽을 통한 한 개의 작은 구멍을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복부절개를 하지 않아 출혈과 통증이 거의 없고, 혈종이나 감염 같은 합병증도 대부분 없다는 장점이 있죠. 또한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빠른 회복으로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없습니다.

그런 획기적인 수술방법이라면 비용이 많이 들겠는데요?

비용은 똑같습니다. 단일공 복강경을 성형외과에 비유하자면 눈을 감아도 절개선이 보이지 않는 쌍꺼풀 수술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성형외과라면 이러한 업그레이드 된 기술에 수술비가 다르게 적용되겠지만 산부인과는 같은 질환으로만 분류되기에 건강보험공단이 의료수가를 통제합니다. 그래서 단일공 수술이나 개복수술이나 금액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선택 안할 이유가 없겠네요

사실 단일공복강경은 5~10%의 의사만 할 수 있는 수술방법입니다. 대한 단일공 수술 학회가 2017년에 시작된 만큼 수술을 하는 의사의 숫자가 적습니다. 또 환자가 찾아간 병원이 단일공 수술을 못하는 곳일 경우 수술 가능한 다른 병원을 소개해야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고 일반 복강경 수술을 진행합니다. 환자의 선택이 안 되는 거죠.

요즘 환자들은 깐깐하게 병원을 선택하지 않나요?

일반적으로는 환자가 병원을 선택하기 전에 많이 따져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환자들이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설령 관심이 있어 검색을 한다 해도 의료광고가 제한되어 있기에 좋은 의사를 찾을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환자는 그저 병원의 외형이나 간판에 따라 선택할 뿐 수술을 담당할 의사를 판단할 길이 없는 거죠. 하지만 간판이 실력을 증명해주진 않습니다.
호산여성병원도 35년 이상의 전통을 갖고 있지만 대학병원이라는 큰 간판을 달고 있진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호산에서 단일공 수술을 선택하는 것은 제가 시행하는 라이브 서저리 Live Surgery도 큰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라이브 서저리라면 수술과정을 촬영하는 거죠? 많은 환자분들이 얘기하시던데...

네, 전 처음부터 수술과정을 촬영하고 환자에게 영상을 제공했어요. 수술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이것이 얼마나 전문적이고 깔끔하게 완성되는 수술인가를 환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거죠. 작년에 의사가 아닌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들어가는 사건이 생기면서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이슈가 있었죠. 이런 사건들 때문에 서로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거잖아요. 환자가 억울할 수도 있지만 의사도 억울할 수 있기에 전 이렇게 영상으로 보여드려요. 의료사고 판단도 할 수 있고 서로에 대한 신뢰도 쌓고요. 자동차로 치면 블랙박스의 개념이죠.

수술장의 블랙박스, 장단점이 있겠는데요?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제가 굳이 하는 개념이긴 해요. 단일공 복강경이라는 수술정보도 오픈하는 것이고. 하지만 환자들에게 설명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이에요. 사실 환자들이 수술에 관심이 없어요. 환자 본인이 어느 쪽 난소를 제거했는지도 모르는 경우까지 있어요. 그럼 안 되잖아요. 이렇게 수술 영상을 제공해 한 번 더 보면서 스스로의 건강을 더 챙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최근 가장 많은 수술 질환은 무엇인가요?

자궁과 난소의 양성종양입니다. 양성종양은 암이 아닌 단순 혹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양성종양이 여성들에게 평균적으로 많다는 의미인가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사회 전반적인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저출산의 타격으로 산부인과들이 문을 닫고 있는데요. 제 전공인 부인종양과 수술은 오히려 환자가 더 많아지고 있어요. 그 이유를 말하자면, 예전에는 영양상태가 안 좋아 초경이 늦고 폐경이 빨랐어요. 또 결혼을 일찍 해 첫 출산이 빠르고 아이도 3~4명씩 낳아 수유기간도 길었죠. 하지만 요즘은 초경이 빠르고, 폐경은 늦고 또 결혼하는 연령이 늦어져 초산모가 평균 32세입니다. 아이를 낳더라도 1~2명이고 수유기간도 많이 짧죠. 이런 변화는 결국 여성의 평균 생리 횟수가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는 결론에 도달해요. 2배 이상으로요.

미혼여성들에게 산부인과는 여전히 넘기 힘든 문턱이 아닐까 싶어요

여성건강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대한산부인과 학회에 따르면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반드시 1년에 한번은 자궁경부암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하라고 권고합니다. 위내시경의 경우 과정도 힘들고 예약이 꼭 필요하지만 산부인과 검사는 소위 굴욕의자라 불리는 의자에 앉는 것이 불편할 뿐 고통이나 불편함이 없이 5분이면 끝납니다. 또 산부인과는 모든 수술이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증상이 다양해도 동일하게 치료법이 수렴되는 거죠.
개인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생애주기별 건강검진을 통해 2014년부터 자궁경부암을 확대 적용하고 있어요. 또 2016년부터 국가필수 예방접종으로 지정돼 만 12살부터 접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산부인과는 오로지 여성만이 진료 받는 공간입니다. 유일하기에 원장님 개인적으로도 남다른 희로애락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일에 정말 만족합니다. 취미도 수술이라고 할 만큼 좋아하고요. 물론 수술을 하는 ‘과’라면 다 좋았을 것 같기도 하지만 특별히 산부인과라서 더 완성도를 가질 수 있었어요.
물론 배우는 과정은 힘들었죠. 산부인과가 무너지던 시기에 레지던트 생활을 했는데 동료들이 힘들어 그만두고 의사가 없었어요. 새벽 5시 출근과 밤 12시 퇴근으로 6~7년이 이어졌고요. 하지만 힘든 건 그때뿐이었습니다. 수술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환자가 없어 수술을 기다리는 시간이 짜증날 정도인 걸요. 집에 가면 중1과 초등학교 5학년 딸 둘이 있는데 말도 안 듣고 집사람도 저한테 시큰둥해요(웃음). 하지만 수술실은 나만의 왕국이고 내가 한만큼 좋은 피드백이 오니까 싫어할 수가 없어요.

원장님에 대한 환자들의 평가를 보면 탁월한 실력과 더불어 시원시원한 설명이 좋았다고들 합니다. 소통을 위한 남다른 비결이 있을까요?

환자가 수술을 받을 때 적어도 어떤 옵션인지는 스스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몸에 칼을 대는 거잖아요. 그래서 설명을 충분히 해드립니다. 제가 아마도 모든 과를 통틀어 가장 설명을 많이 하는 의사일거에요. 수술동의서 받을 때도 토할 만큼(웃음) 설명을 해요. 환자가 제발 그만 하라고 할 정도죠.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안타깝게도 지금은 불신의 시대입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한데요. 서로 의심하지 않는 최선의 진료를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라이브 서저리 같은 전문적 과정을 진행하는 이유도 신뢰를 주기 위한 것입니다. 모두 그런 노력을 기울인다면 작게는 나 스스로부터 크게는 세상까지 다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더 자세한 인터뷰 이야기는 더포토매거진 Vol.2 또는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